• [기고] ① 모두가 배움에서 소외되지 않게 하는 방법, ‘청소년기본소득’
    • 비즈인천은 인천 지역 경제와 산업을 다루는 동시에 이 도시의 다음 세대가 어떤 조건에서 성장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고자 합니다. 그 일환으로 ‘인천청소년기본소득포럼’과 함께 ‘청소년 기본소득’이라는 새로운 사회적 논의를 차분히 짚어보는 월간 칼럼 연재를 시작합니다. 심준희 인천청소년기본소득포럼 대표가 전하는 연재가 의미 있는 공론의 장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비즈인천] 공부는 누가 잘할까? 우스갯소리로 엄친아, 엄친딸을 떠올리지 않는다면, 이 알 듯 말 듯한 질문의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을수록, 즉 집이 부자일수록 아이들의 학업성취도가 높다. 이것은 어디에서 비롯될까? 흔히 족집게식 문제풀이 사교육을 이야기하지만, 십수 년간 교실에서 아이들을 바라보며 내린 결론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보다 근원적인 차이는 교실 바깥에서 이미 만들어진다.

      교실 안이 아니라 바깥에 존재하는 ‘교육불평등의 출발선’

      아이들의 학업성취도 불균형을 이야기할 때 흔히 학습 태도, 노력의 문제를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오래 지켜볼수록 분명해지는 사실이 있다. 교육의 격차는 교실 안에서 시작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같은 교과서, 같은 수업을 듣고 있어도 어떤 아이에게는 내용이 익숙하고, 어떤 아이에게는 낯설다. 이 차이는 재능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축적된 문화자본과 사회자본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문화자본이란 한 개인이 사회 속에서 인정받고 경쟁력을 갖추는 데 작용하는 지식, 교양, 취향, 문화적 습관 등을 의미한다. 사회자본은 개인이 관계망과 신뢰를 통해 협력하고 자원을 얻을 수 있게 하는 사회적 네트워크를 의미한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가정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고급 언어, 다양한 문화 경험, 안정적인 관계망 속에서 성장한다. 자연스럽게 질문하는 법을 배우고, 실패해도 다시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을 경험한다. 반면 그렇지 못한 아이들에게 학교 수업은 ‘배우는 시간’이기 이전에 ‘낯선 세계에 홀로 던져지는 시간’이 되기 쉽다. 사용해 본 적 없는 언어, 가 본 적 없는 세계, 만난 적 없는 관계 앞에서 아이들은 먼저 조심스러워진다.

      이러한 차이가 어릴 때부터 도드라지기도 하나, 일반적으로 초등학교까지 이 차이가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교육과정이 고도화되고 추상적인 개념과 고급 언어가 늘어나는 중등 단계에 이르면 격차는 빠르게 벌어진다. 생각해 보라. 익숙한 것을 배우는 사람과 생전 처음 보는 것을 배우는 사람 중 그 성취도는 누가 높겠는가? 결국 공부를 잘하는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의 차이는 노력의 문제가 아니라 출발선의 차이에 가깝다.

      문화자본과 사회자본을 공공의 영역으로

      이 출발선의 격차를 개인과 가정의 책임으로 남겨 둘 것인가? 아니면 사회가 개입해 다시 설계할 것인가? 청소년기본소득은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이다. 흔히 청소년기본소득을 ‘아이들에게 돈을 주는 정책’으로만 생각하지만, 그 본질은 소비가 아니라 교육의 접근성이다. 개인과 가정에 맡겨져 있던 문화자본과 사회자본을 공공적으로 생성하고, 공공적으로 분배하겠다는 선언이라 할 수 있다.

      인천청소년기본소득으로 한 달에 3만 원이라는 금액이 모든 청소년에게 정기적으로 지급된다고 가정해 보자. 이 금액은 소비를 자극하기에는 크지 않다. 그러나 이 돈이 지역 안에서 의미 있게 사용될 때, 그리고 그 돈이 연결될 수 있는 공간과 관계가 함께 마련될 때 의미는 전혀 달라진다. 청소년은 그 돈으로 단순히 무엇을 사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 들어갈 수 있는지, 누구와 함께할 수 있는지를 경험한다. 처음 가 보는 공간에 발을 들이고, 또래와 함께 무엇을 할지 고민하며, 지역 안에서 관계를 만들어 간다. 부모가 주는 용돈이 아니라 공동체가 건넨 돈이라는 인식은 선택의 무게를 바꾸고, 소비를 관계의 문제로 전환한다.

      이 과정에서 형성되는 것이 바로 우리 아이들의 문화자본과 사회자본이다. 낯선 언어 앞에서 물러서지 않는 감각,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관계가 있다는 감각, 그리고 사회가 나를 배제하지 않는다는 신뢰, 이것이 바로 문화자본이고 사회자본이다. 청소년기본소득은 이것을 각 개인과 가정에 넘기지 않고 모든 아이에게 공공적으로 제공하는 제도라 할 수 있다. 즉 배움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입장권을 사회가 먼저 마련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청소년배움터, 청소년자치공간 등 지역에서 관계와 공간을 함께 만들어 가려는 어른들의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교육이 단순한 성적의 문제가 아니라 배움이 중단되지 않도록 조건을 마련하는 일이라고 한다면, 청소년기본소득은 모두가 배움에서 소외되지 않게 하는 가장 근본적인 교육정책이 될 수 있다. 다음 글에서는 청소년기본소득이 실제 지역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 보다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심준희 인천청소년기본소득포럼 대표
      심준희 인천청소년기본소득포럼 대표

      現 인천송현초등학교 교사
      現 동구마을교육협의회 사무처장
      現 동구마을교육사회적협동조합 이사
      現 서흥꿈세움교육사회적협동조합 이사
      前 전교조인천지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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