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인천은 인천 지역 경제와 산업을 다루는 동시에 이 도시의 다음 세대가 어떤 조건에서 성장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고자 합니다. 그 일환으로 ‘인천청소년기본소득포럼’과 함께 ‘청소년기본소득’이라는 새로운 사회적 논의를 차분히 짚어보는 월간 칼럼 연재를 시작합니다. 심준희 인천청소년기본소득포럼 대표가 전하는 연재가 의미 있는 공론의 장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비즈인천] 지역소멸이 시대의 화두이다. 어른들이 모이면 "요즘 애들은 다 서울로 나가려고만 한다"며 혀를 차기도 한다. 하지만 역지사지로 생각해 보자. 내가 사는 동네에 내가 갈 수 있는 공간이 없고, 내 취향을 공유할 예술가가 없으며, 친구를 만나 같이 놀려고 해도 매번 지하철을 타고 먼 ‘중심지’로 나가야 한다면, 그 도시에 애착이 생길 리 만무하다. 양준호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말한 것처럼 인천은 오랫동안 ‘구멍 난 양동이’ 같은 도시였다. 지역내총생산(GRDP)은 전국 평균보다 높은데, 정작 시민들의 소득(GNI)은 외부로 줄줄 샌다. 벌어들인 돈이 인천의 골목골목을 적시는 대신 서울의 화려한 전광판 아래로 흘러가 버리기 때문이다.
이 ‘경제적 유출’을 막기 위해 우리는 거창한 산업 단지 유치만 고민할 것이 아니라, 우리 도시의 가장 활발한 잠재적 소비자인 청소년들의 주머니를 들여다봐야 한다. 청소년기본소득이 아이들의 손을 거쳐 지역화폐로 풀리는 순간, 이 돈은 단순한 용돈이 아니라 도시의 실핏줄을 돌게 하는 ‘사회적 혈액’으로 변모한다.
구멍 난 양동이를 메우는 청소년기본소득의 경제학
혹자는 “애들 떡볶이 사 먹으라고 수백억 예산을 쓰는 게 말이 되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그 떡볶이 값은 어디로 가는가? 대형 프랜차이즈 본사가 있는 서울이 아니라, 우리 동네 ‘송현동 분식집’ 사장님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청소년기본소득은 반드시 지역 내 소상공인 업체나 ‘기본소득 스토어’에서만 사용하도록 설계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지역화폐인 청소년기본소득을 들고 동네 가게 문을 열 때, 인천의 부는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마을 안에서 맴돌며 선순환한다.
이것이 바로 양준호 교수가 강조한 ‘지역순환경제’의 핵심이다. 청소년기본소득 3만 원의 돈은 아이들의 주머니를 거쳐 서점 주인의 임대료가 되고, 카페 사장님의 식재료비가 된다. 돈이 마을 안에서 한 바퀴 돌 때마다 지역 경제의 근육은 단단해진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쓰는 돈이 이웃 어른들의 삶을 지탱한다는 것을 은연중에 배운다. 경제 교육이란 교과서 속 수요-공급 곡선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쓴 돈이 우리 마을을 어떻게 살찌우는지 체감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청소년기본소득은 아이들을 ‘수동적 수혜자’에서 ‘지역 경제를 돌리는 주역’으로 격상시킨다.
예술가와 아이들이 만날 때 벌어지는 동네의 기적
청소년기본소득이 만드는 또 하나의 기적은 ‘사람의 순환’이다. 인천에는 훌륭한 예술가들이 많지만, 이들은 늘 빈곤과 고립에 시달린다. 청년 인재들은 일자리를 찾아 인천을 떠난다. 그런데 만약 청소년기본소득이 지역 예술가들의 ‘예술 작업 공간’이나 ‘배움터’에 아이들이 입장할 수 있는 티켓이 된다면 어떨까?
아이들은 기본소득으로 동네 작가에게 웹툰을 배우고, 인디 뮤지션에게 기타를 배운다. 이 과정에서 예술가들에게는 안정적인 창작 환경과 ‘지역 내 일자리’가 보장된다. 돈만 도는 것이 아니라 재능과 영감이 아이들과 어른들 사이에 흐르기 시작하는 것이다. 하병훈 인천대 공연예술학과 교수가 목격한 30년 경력 예술가의 빈곤 문제나, 청년들의 탈(脫)인천 현상은 청소년기본소득이라는 마중물을 통해 ‘예술가-청소년-자치공간’의 연대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마을의 빈 상가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청소년자치공간’, ‘청소년배움터’로 변하고, 그곳에서 지역 예술가들이 아이들과 함께 숨 쉬는 풍경. 이것은 단순한 도시 재생이 아니라 ‘교육적 생태계’의 복원이다. 아이들은 멀리 나가지 않아도 우리 동네에서 충분히 존중받고 재미있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배운다. 지역에 대한 애착은 애향심을 강요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내 삶을 지탱해 주는 관계와 공간이 마을 안에 촘촘히 박혀 있을 때 비로소 싹트는 감각이다.
결국 청소년기본소득은 아이들을 위한 복지 정책인 동시에, 소상공인과 예술가를 살리는 경제 정책이며, 나아가 우리 도시의 미래를 설계하는 인구 정책이다. 3만 원은 아이들의 손에서 ‘성장’으로 피어나고, 소상공인의 손에서 ‘생존’으로 이어지며, 예술가의 손에서 ‘문화’로 결실을 본다.
우리가 설계해야 할 ‘기본 교육’의 범주는 이제 학교 담장을 넘어 도시 전체의 구조로 확장되어야 한다. 아이를 혼자 두지 않는 사회는, 아이가 발을 딛고 서 있는 마을의 토양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에서부터 완성된다. 인천이라는 양동이의 구멍을 메우는 일, 그리하여 맑은 물이 고여 시민들이 함께 목을 축이는 일. 그 변화의 시작이 바로 청소년기본소득에 담겨 있다. 우리는 이제 이 작은 씨앗이 도시 전체를 푸르게 덮는 숲이 되는 과정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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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준희 인천청소년기본소득포럼 대표
現 인천송현초등학교 교사 現 동구마을교육협의회 사무처장 現 동구마을교육사회적협동조합 이사 現 서흥꿈세움교육사회적협동조합 이사 前 전교조인천지부 사무처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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