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인천은 인천 지역 경제와 산업을 다루는 동시에 이 도시의 다음 세대가 어떤 조건에서 성장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고자 합니다. 그 일환으로 ‘인천청소년기본소득포럼’과 함께 ‘청소년기본소득’이라는 새로운 사회적 논의를 차분히 짚어보는 월간 칼럼 연재를 시작합니다. 심준희 인천청소년기본소득포럼 대표가 전하는 연재가 의미 있는 공론의 장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비즈인천] 인천 송현동에 사는 중학생 준호(가명)의 세계는 좁다. 학교와 집, 그리고 그 사이의 몇몇 학원이 준호가 발을 딛는 세상의 전부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요즘 차 없는 집이 어디 있느냐?” 하지만 준호의 이동을 결정하는 것은 자가용의 유무가 아니라, 부모님의 퇴근 시간과 피로도이다. 부모님이 데려다줄 수 있을 때만 준호의 세계는 한 뼘 넓어진다. 부모의 시간과 여건에 종속된 이동, 그것은 권리가 아니라 ‘허락’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스스로 이동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 도시는 탐험의 대상이 아니라, 넘기 힘든 벽이 둘러쳐진 타인의 공간일 뿐이다.
‘계산’이 ‘포기’가 되는 순간, 사라지는 배움의 기회
우리는 흔히 청소년 대중교통 요금이 저렴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버스비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동인천에 있는 인천청소년문화회관에서 열리는 매력적인 공연을 보고 싶어도, 연수구 동막역 인근 인천평생학습관의 강연이 듣고 싶어도 아이들은 먼저 계산기를 두드린다. “왕복 차비에 환승까지 하면... 그냥 가지 말까?” 이 짧은 ‘계산’의 과정에서 수많은 경험의 기회가 조용히 잘려 나간다.
이동권의 제약은 청소년의 세계를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좁힌다. 갈 수 있는 곳이 적어질수록 만날 수 있는 사람도 줄어들고, 축적할 수 있는 사회적 자본도 빈약해진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거리의 불평등’이다. 인천은 지역이 넓은 만큼, 대중교통 이용 시간에 따른 편차가 크다. 부모가 차로 데려다주는 아이와 버스비를 걱정하며 노선을 검색하는 아이의 출발선은 같을 수 없다. 버스 요금, 지하철 요금이라는 문턱을 넘지 못한 아이들에게 도시는 점차 낯설고 두려운 곳이 된다.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 성장의 기회를 보장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청소년기본소득과 청소년 무상대중교통, ‘자원’과 ‘길’이 만날 때 생기는 기적
지난 칼럼에서 제안한 ‘청소년기본소득’이 아이들의 주머니에 3만 원의 ‘자원’을 채워주는 정책이라면, ‘청소년 무상대중교통’은 그 자원을 들고 어디든 갈 수 있게 하는 ‘길’을 여는 정책이다. 이 두 정책이 결합할 때 폭발적인 시너지가 발생한다. 돈이 있어도 갈 방법이 없으면 고립되고, 갈 방법이 있어도 쓸 돈이 없으면 위축되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으로 동네 서점에서 책을 사고, 청소년 무상대중교통으로 지하철을 타고 부평역 인근의 청소년 자치공간으로 이동해 친구들과 토론을 벌이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 ‘돈’과 ‘길’이 동시에 보장될 때, 아이들은 비로소 부모의 차 뒷좌석에서 내려 자신의 발로 도시를 누비는 ‘이동의 주권자’로 거듭난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단순히 이동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배운다. 내 의지로 목적지를 정하고, 스스로 경로를 찾아 도달해 본 경험은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이고 사회적 주체성을 강화한다. 청소년기본소득이 아이들의 심장을 뛰게 하는 피라면, 청소년 무상대중교통은 그 피가 도시 곳곳으로 흐르게 하는 실핏줄이 된다.
인천 전체를 하나의 교실로 만드는 ‘공간의 주권’
인천이라는 도시는 생각보다 넓고 복잡하다. 청소년 무상대중교통 제도는 청소년들의 이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좋은 도구이지만, 도시 자체가 교육이라는 관점으로 설계되지 않았기에 대중 교통만으로는 연결되지 않는 ‘교육적 사각지대’도 존재한다. 필자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청소년 무상대중교통과 더불어 '인천 교육청 청소년 셔틀버스' 도입을 제안한다.
동인천의 학생교육문화회관, 서구의 안전체험공간, 남동구의 평생 학습 인프라 등 인천 곳곳에 흩어진 청소년 배움터들을 정기적으로 연결하는 셔틀버스가 있다면 어떨까? 아이들은 필요할 때 일반 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도 있고, 더 안전하고 편리한 셔틀버스를 선택해 동네와 동네를 넘나들 수도 있다. 이것은 단순한 이동 수단의 추가가 아니라, 인천이라는 도시 전체를 아이들을 위한 ‘거대한 연결망’으로 재설계하는 일이다. 셔틀버스는 아이들이 길 위에서 보내는 시간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배움의 다리가 될 것이다.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을 때 세상은 열린다. 내가 가고 싶은 곳에 스스로의 의지로 도달해 본 경험은 아이들에게 ‘이 도시는 나를 환대하고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준다. 사회가 보장하는 이동권은 아이들을 방 안에서 끌어내 광장으로, 예술가의 작업실로, 도서관으로 이끄는 가장 강력한 유인책이다.
청소년 무상대중교통은 포퓰리즘이 아니라, 모든 아이가 경제적 조건이나 부모의 여건에 구애받지 않고 배움의 자리에 닿게 하려는 ‘기본 교육’의 철학이다. 아이들이 버스 요금을 걱정하지 않고 인천의 동과 서, 남과 북을 가로지르며 자신의 꿈을 확장해 나가는 풍경. 그 풍경이야말로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교육 도시 인천’의 진정한 모습일 것이다. 이동의 자유가 보장될 때, 우리 아이들의 배움에는 한계가 사라지고 도시 전체가 비로소 살아있는 교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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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준희 인천청소년기본소득포럼 대표
現 인천송현초등학교 교사 現 동구마을교육협의회 사무처장 現 동구마을교육사회적협동조합 이사 現 서흥꿈세움교육사회적협동조합 이사 前 전교조인천지부 사무처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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